한자 일망타진 14탄 - 물건 품(品)
물건 품(品) 자는 외우기 아주 간단한 글자이지요. 입 구 자를 세 개만 놓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그 해석에 있어서는 좀 곤란한 글자이기도 합니다. 입이 세 개인데 왜 물건이 되느냐 이거지요. 그래서, 이 해석을 기존의 학자들은 짐짝을 세 개 쌓아 놓은 것으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입 구로 해석하지 않고 말이지요. 짐짝 세 개 쌓아 놓았으니, 물건 아니냐 이겁니다.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물건 품 자에 함께 있는 의미, “인품”이라느니, “품평하다”느니 하는 뜻들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힌트는 물건 품 자에 있는 입 구 자가 세 개, 즉, 홀수 개라는 데에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이든지 결론을 지으려면, 복수 명의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짝수 명이 있으면, 의견이 양분될 수 있는 데 비하여, 홀수 명의 사람이 있으면, 최소한 마지막 한 사람은 자기 의사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최종적인 결론을 내릴 수가 있겠지요. 복수 명의 사람 중에 최소의 홀수는 셋이지요. 즉, 세 사람, 다섯 사람, 일곱 사람이 가능하지만, 그 중 가장 적은 수의 세 사람의 입을 묘사한 것이 물건 품 자입니다. 즉, 물건을 평가하여 결론을 내리기도 하고, 사람에 대하여 평가를 하여 관위(官位)를 정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관위”, “물건”, “품수”, “품별” 등의 의미가 나타납니다. 또한, 정하여진 법에 따라서 평가를 하게 되기 때문에 “법”이라는 의미도 나옵니다. 자료들을 널리 모아서, 가지런하게 나열하여 두고 다수결 원칙에 의하여 정하기 때문에, “널리”, “가지런하게” 등의 의미가 나옵니다. 이와 같이 “품평”한다는 의미가 최종적으로 나타납니다. 즉, 이 자는 물건이나 사람들을 평가하여서 제 자리에 위치시킨다는 옛 선조들의 지혜가 드러난 글자지요.
짐짝을 세 개 올려놓았다는 기존 해석법들과는 차원이 다르지요. 다시 말하여, 기존의 해석법들은 아주 얄팍하게 한 두 개의 의미만을 해석할 수 있는 해석법이었는데 비하여, 새로운 해석법은 물건 품 자에 있는 모든 의미를 다 해석할 수 있는 해석법입니다.